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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23 통영국제음악제에 다녀와서: 윤이상의 음악은 계속된다

기자수첩|입력 : 202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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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와 윤이상의 만남, 우리에게 익숙한 현악곡과 더불어 접근성 높여

-2023 통영국제음악제, 331일부터 49일까지 공연 펼쳐

  

올해 통영국제음악제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경계를 넘어(Beyond Borders)'를 주제로 열렸다. 331일부터 49일까지로 곧 끝마침을 앞두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의 정신을 계승하며, 현대 국제음악제로서 세계적으로 그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음악제다.

   

코로나19로 한동안 공연계가 정체되고 세계적인 공연은 특별히 그 여파를 크게 받아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코로나의 위세가 조금이나마 꺾이고 세계 각국 규제가 완화되면서 거의 3년간 멈췄던 공연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앞서 간담회에서 통영국제음악제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공연 준비와 협의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무사히 음악제가 열리게 된 것에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호소했다.

   

기자는 윤이상의 리코더를 위한 독주곡 '중국의 그림' '원숭이 재주꾼''목동의 피리'를 만날 수 있는 47930분 공연을 감상했다. 이에 통영국제음악제를 소개하면서 짧은 감상평을 함께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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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자르디노 아르모니코' 연주단과 조반니 안토니니 지휘, 리코더 독주의 만남

-윤이상의 독창적인 동양풍 선율, 비발디의 현악 합주곡에 조화롭게 녹여냈다


통영에 살 때 한 학기 정도의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충렬초등학교에 다녔었다.

   

조례 때마다 불렀던 교가가 지금 돌아보니 아주 인상 깊은데, 바로 통영의 시인 유치환이 작사하고 윤이상이 작곡한 까닭이다. 어렴풋이 윤이상이 아주 대단한 작곡가라는 것을 들어서 알았고 이에 학교가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윤이상을 일찍 알게 된 계기였다. 비록 지금은 '반만년의'로 시작하는 첫소절만이 기억에 남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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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윤이상이 나고 자란 땅으로 유명하다는 것만 알았지 그가 작곡한 곡들은 영 찾아 듣지 못했다. 찾아 들을 생각을 못했다는 말이 조금 더 정확하겠다. 대학을 다니느라 서울에 살면서 차이콥스키 발레도 보고 서울예술단의 뮤지컬도 보고 나름 문화생활을 즐겼지만 통영과 윤이상은 살기 바쁜 흐름 속에 잊혀지고 있었다.

   

그런 만큼 '중국의 그림'은 단시간에 많은 깨우침과 고민을 주는 훌륭한 곡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통영국제음악제가 현장에서 나눠준 기획물 '융합된 분산의 연대기 뒤라스와 윤 2018'은 문학가이자 예술가인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생애와 윤이상의 생애를 연대별로 나누어 교차시켜 그 생애의 공통점을 읽는 이가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작품이다.

   

이에 따르면 윤이상은 산청에서 태어났으나 네 살 되던 해 통영으로 와 어부들의 노래, 판소리와 굿에 깊이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또 서당에서 유교, 도교와 중국 고전을 공부했다. 감히 짐작컨대 '중국의 그림'은 그가 어려서부터 영향을 받은 것들을 가장 잘 녹여낸 독창적인 곡이 아닐까 한다.

   

윤이상의 음악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에게 현악곡으로 익숙한 비발디의 협주곡들 가운데 단조로 이루어진 곡을 먼저 선보이면서 서서히 중국의 그림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듯 익숙한 악기들로 관람객을 이끌었다.

   

기자는 연주단이 이끄는 대로 비발디의 단조 선율을 따라가면서 윤이상만의 독창적인 리코더 독주곡을 감상할 준비를 마쳤다. 서양 악기인 리코더를 마치 대금, 소금처럼 다루도록 하면서 말 그대로 중국의 그림, 마치 족자봉 속에 동양화가 담겨있는 듯 묘사했다. 리코더의 선율 외에 아무것도 개입되지 않는 정적과 고독으로 동양화 특유의 여백의 미를 구현하는 것 같았다.

   

공연 전에 찾아보니 목동의 피리가 원숭이 재주꾼의 바로 뒤 악장이면서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국제음악제 프로그램은 목동의 피리를 먼저 들려주어 그 조용하고 차분한 선율로 먼저 '중국의 그림' 속으로 관람객을 초대하고, 보다 다채로운 선율로 나무 사이를 뛰어 넘어 다니는 원숭이와 우거진 숲을 묘사하는 듯했던 원숭이 재주꾼으로 자연히 이끌면서 윤이상을 보여주면서도 그 음악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더불어 지휘와 연주를 겸하는 조반니 안토니니의 열정에 감탄을 아낄 수 없었다.

   

앞서 잠깐 언급한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그 생애 전체가 분단과 전쟁, 이념 대립의 시기를 넘나든다는 점과 삶의 위기에도 굴하지 않는 예술가 정신에서 윤이상의 생애와 그 맥이 같다고 볼 수 있다. 음악 뿐 아니라 이러한 자료 구성으로 관객들이 좀 더 깊이있게 윤이상을 알도록 하는 것은 훌륭한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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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현장성이란 그런 것이다. 녹화할 수도 없고, 기록한다고 한들 그 현장의 울림과 열정은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직접 찾아갈 가치가 있다. 볼 만한 것이 있으면 카메라를 치켜들고 렌즈를 통해서 바라보려고 하는 요즘, 오로지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순간으로 남는 공연의 가치는 감히 환산할 수 없다.

   

곧 끝맺음 할 공연이라 더 일찍 소개하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쉬울 만큼 훌륭한 공연예술이었다. 끝으로 기자가 현장을 취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 통영국제음악제 측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한하늘 기자 okarina0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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