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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런던브릿지처럼 모던한 강구안브릿지

사설/칼럼|입력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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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강구안브릿지런던브릿지처럼 모던하단다

   

통영시가 강구안에다 다리를 놓고 다리 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를 시민들에게 물어서 이제 그 이름을 강구안브릿지로 정했다. 형식상으로는 국민들을 상대로 공개모집한 것으로 보인다. 한 달 넘게 공개모집하고 111일 심사한 결과 1, 2, 3 등이라 할 수 있는 등급이 매겨졌는데, 최우수상을 받은 이름은 강구안브릿지이고, 우수상을 받은 이름은 달피랑교’, 장려상을 받은 이름은 강구왔능교로 결정 났다. 우리말로 이름 지은 것들은 최우수가 되지 못하고 미국말을 섞어서 쓴 놈이 최고 좋은 점수를 받아 말하자면 1등이 된 거다.

   

이런 심사결과를 받고 보니 기가 찬다. 공공기관에서 설치한 건물이고 시설물인데도 예사로 남의나라 말을 써대니 우리 말글이 어째 병이 안 들고 견디겠나.

   

통영시는 얼마 전 공공언어를 쉬운 우리말로 쓴다는 조례까지 만들고 그 소문이 나면서 통영시와 의회에 칭찬이 자자했는데, 그래 그 조례는 그저 보여주기였을 뿐이었던 건가? 만들어 놓고도 지키지 않는 조례였다면 보여주기 정도가 아니라 시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을 벌인 거와 무어 다를 게 있나.

   

우리 지금 잘 보고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세계 곳곳에서 뛰어난 문화예술 재능과 운동경기 재능으로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으며 세계 속에 대한민국을 알리고 자연스럽게 우수한 한국문화를 알려 너도 나도 앞 다투어 한국말과 글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데도 우리는 도리어 언어 사대주의에 빠져 있으니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강구안브릿지1등으로 뽑은 심사평을 보면 정말 기가 막힌다. ‘런던브릿지처럼 현재 보도교가 있는 곳의 지명을 따서 모던(modern)’하고 부르기 쉽게 표현한 것이 최우수, 1등을 한 이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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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천박하기 짝이 없는 평이 아니고 뭔가. 런던브릿지? 이거 그대로 런던다리아닌가. 그렇다면 강구안다리라고 이르는 것이 더 쉽고 바른 이름이 아니고 뭔가. 강구안은 우리말을 쓰고, 남의 말로 브릿지를 쓴 것이 어찌 부르기 쉬운 표현인가. 엉터리 조어법이라고 지적해야 할 사람들이 도리어 이런 잡탕 이름이 모던하단다. 영어만 쓰면 모던한가? 정말이지 이 대목에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사람들이 이제 동피랑은 이스트 힐, 서피랑은 웨스트 힐로 고쳐 부르자고 할 거 같다. ? 현재 있는 지명을 따서 영어로 이름 지으니 마땅히 모던할 것 아닌가.

   

도대체 영어 없었더라면 어떻게 살아가려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정말!

   

달피랑교보라. 얼마나 예쁜가. ‘달빛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다리’ ‘달피랑교듣기만 해도 그림처럼 예쁘지 않은가. 물론 달피랑교보달피랑다리가 더 예뻐 보인다만. 달피랑모던과는 거리가 멀다는 말인가. 미국말 안 들어가면 시대에 뒤 떨어진다는 언어사대가 아니고 무언가. 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도 안 들어봤나?

   

이름 짓는 공개모집을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뒀다고 치자. 그러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강구안다리, 강구안교’ ‘강구안다리에서 만나자하고 입에 붙는 대로 이르게 되기 마련이다. 거길 두고 중앙교나 남망산다리, 동충다리, 충무다리라고 이르지는 않을 것 아닌가. 결국 강구안다리일 텐데, 이럴 거면 굳이 돈 들여 공개모집할 필요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가만 두지 하는 생각이다. 정작 다리주변을 밤낮으로 살펴 고심한 끝에 나름대로 풍경에 어울리는 뜻을 담은 흔적이 보이는 우리말로 된 이름들은 인정해 주지 않으니 조례는 조례대로 우스워지고, 언어사대주의만 떡 하니 자리 잡았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조례를 지키지 않아 죄송하다고 말하고, 공개모집 취지를 다시 돌아보고 모든 세대들이 공감하고 정감을 느낄 만한 이름으로 정해야 하지 않나! 공공기관은 국어기본법을 지켜야 할 책무를 가진다는 사실을 새겨야 한다.





한창식 발행인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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